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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예방 제 1수칙 - “어머님과 엄마는 달라요”
어느 온라인 사이트에서 성인 남녀 1,546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를 앞두고 가장 우려하는 것’을 설문한 결과, 올해도 어김없이 ‘정신적 스트레스(26.7%)’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휴일인 명절 때 사람들은 왜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것일까요? 여러분의 머리 속에도 명절 때 속상했던 일들이 한두 가지씩 스쳐 지나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명절 때만 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나 이혼 소송 담당 변호사들은 바빠집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명절이 있는 달의 이혼신청 건수는 전달에 비해 평균 11.5% 높았다고 합니다. 서울 가정법원이 이혼 신청 사건을 분석한 결과 명절을 전후로 '시댁과 처가의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 여성지에서 명절 때 며느리들이 듣기 싫은 말 1위가 “이따가 시누이 오는데 보고 가라”는 시어머니의 말로 꼽혔다고 합니다. 명절 후 이혼이 급증하는 것은 명절 때는 평소에 잠자고 있던 불씨가 이런 사소한 말들로 인해 폭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종교 전쟁보다 오래된 갈등이 바로 ‘시댁과 처가의 갈등’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이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오늘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갈등의 불씨를 꺼보자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어떤 연구에서 남성 및 여성 피험자들에게 자신, 가족, 친척, 타인의여러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 활동 양상을 관찰한 결과 자신 또는 친척의 사진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낯선 사람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전혀 달랐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어머니, 여자 친구, 어머니 또래의 여성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여자 친구나 어머니 또래의 낯선 여성의 사진에는 같은 부위가 반응하였고, 오직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만 다른 뇌 부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남의 일에는 한없이 객관적일 수 있지만, 자신의 가족 일에는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은 명절 증후군 예방을 위하여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엄마가 내 배우자에게는 어머님일 뿐 엄마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명절 때 어차피 냉동실에서 묵혀질 음식들을 잔득 준비하시고는 힘들다고 자식들에게 푸념하시는 내 엄마가 못마땅해도 내 배우자가 함께 흉을 보면 화가 나는 것은 내 엄마를 나의 뇌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가 내 엄마를 대하듯 배우자가 내 엄마를 대해주길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내 가족을 보는 뇌의 회로와 배우자가 내 가족을 보는 뇌의 회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한다면 잠재된 갈등이 부딪혀 폭발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명절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모순된 인간 뇌의 특성을 알고 명절 때 만나는 가족들을 그저 인간적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보십시오. 어머님은 결코 엄마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점을 명심하고 더 나아가서 내 남편의, 내 부인의 입장에서 상대의 가족들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본다면 한결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편 분들은 “이번 설엔 처갓집 먼저 가자”고 먼저 말씀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인천광역시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김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