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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기억의 치유. 외상 후 스트레스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할 때 - 정신건강의학과 김하경

작성일 : 2014-07-03 01:00:4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4,099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몇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계십니다. 눈만 뜨면 온갖 매체에서 세월호 이야기 뿐인데, 들리는 소리 마다 우리 마음에 안타까움과 회한 그리고 더 나아가 분노와 자책감을 안겨주는 소식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아들, 딸 혹은 친구이기에 국민 모두가 정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힘든 분들은 희생자분들의 유가족과 세월호에 승선했던 분들입니다.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죽음이나 신체적 안녕에 위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건을 외상적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은 일련의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반응으로서 다양한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분노, 슬픔, 불안 등과 같은 정서 상태나, 집중력 저하, 반복해서 떠오르는 외상적 사건이나 죄책감, 불신 등과 같은 인지 상태, 불면, 과각성, 두통, 위장관 장애 등과 같은 각종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외상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분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상을 겪은 사람들은 상황에 압도되어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 상태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초기에 안정감을 되찾지 못하면 스스로 그러한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적 외상에 따른 반응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안정적인 지지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세월호에는 인천 시민이 36분 타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환갑기념 여행을 떠났던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7분도 계셨는데, 그 중 12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친구이자 이웃사촌, 한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과 죽음의 위협을 겪은 외상의 후유증으로 용유도 지역은 마을 전체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분들이 함께 외상을 경험하게 되는 재난 상황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체계가 되어 주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분 한 분이 힘든 마음을 추스리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기 위해 일어서는 힘겨운 노력을 지원할 심리 안정 프로젝트가 절실한 것입니다.

 

외상 초기의 혼란한 정서 상태가 지속되면 외상성 사건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외상과 관련된 것들을 회피하려 한다든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하여 왜곡된 책망을 하는 등 부정적 정서 상태가 지속되며, 불면 증상이나 과민한 상태 등 각성반응이 증가되어 있다든지, 무모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외상 후 심리적으로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고로 인해 손상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과, 세상이 의미있고 이해할 만한 곳이라는 지각, 그리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분들의 상처가 아물어서 더 이상 심한 고통없이 사건을 말 할 수 있을 때까지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역 사회 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신건강관리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 인천의료원 트라우마센터에서는 세월 호 사고 이후 힘든 분들을 한 분 한 분 방문하여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엔 만나서 그저 손을 잡아드리고 힘든 마음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치유를 향한 그 분들의 힘든 여정을 함께 할 체계적인 정신건강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적은 인력의 인천의료원 트라우마 센터만의 노력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